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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청년의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 함께할 준비는 됐나

북한이탈청년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 마련이 필요해

  • 2017-05-31 13:14
북한이탈주민 3만 명 시대를 맞아, 통일부에서는 ‘사회통합형 정책’의 강조를 통한 정착 지원의 저변을 확대하려하고 있다. 1997년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래 점차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단계적인 맞춤형 지원이 구체화되고는 있으나, 취업과 진로 설정에 민감한 북한이탈청년층의 입장이 고려된 정부와 유관기관의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 바이트에서는 북한이탈청년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봄과 동시에 향후 북한이탈청년 지원 정책의 지향점에 대해 알아보았다.




북한이탈주민 셋 중 한 명은 20대, ‘북한이탈청년’ 정책을 고민할 때
북한이탈주민 3만 명 시대를 맞아, ‘사회통합형 북한이탈주민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정부와 유관기관의 어깨가 무겁다. 올해 3월 기준으로 통일부에서 발표한 북한이탈주민 수는 30,490명, 그 중 20대(20-29세) 청년은 8,587명으로 약 30%에 이른다. 보다 넓게 30대(30-39세 인원 8,773명) 주민의 수까지 고려한다면 전체 북한이탈주민의 절반가량이 청년층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탈주민 중에서도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청년층의 원활한 정착과 자립을 위한 세부 정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북한이탈청년들이 디딜 발판은 충분한가
올해 2월 발표된 ‘2017년 통일부 업무계획’에 따르면, 통일부에서는 탈북민 채용 확대, 인생설계 지원 인프라 구축 등의 ‘맞춤형 지원’을 포함하는 탈북민 정착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전국 23개 하나센터에서 전문상담사를 운영해 심리적 고충 해결 창구를 마련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 산하 전국 56개 고용지원센터에서는 북한이탈주민 취업보호 담당관을 통한 취업 지원과 알선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온 바 있다. 국내 정착 과정 중 하나원 등에서 실시하는 취업 능력 향상 교육 및 직업훈련기관 연결과 같은 적응 프로그램이 꾸준히 제공되어 오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2017년 북한이탈주민 지역적응센터 운영매뉴얼’에 따르면, 하나센터 및 적응 교육 과정에서 운용되는 전문 상담지원사 규모는 95명 정도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전체 북한이탈청년의 수를 고려하면, 현재 상담 지원 규모는 심리적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원활한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는 규모가 아니라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고용지원센터 내 취업 관련 상담 및 알선도 57명 규모의 취업보호 담당관으로 운용되고 있어, 특정 연령층만을 대상으로 한 진로상담과 취업 상담에 전념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적응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공받는 직업훈련 교육 역시 북한이탈청년 취업 문제의 정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남북하나재단에서 지난 2월 발표한 ‘2016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업훈련 교육을 받은 분야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56.1%로 나타났다. 근무 경험이 없는 이유로는 “교육 받은 분야의 일자리가 없어서“(20.1%), “교육과 다른 분야의 일을 구하려고”(19.4%), 혹은 “교육이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아서”(10.1%)라는 응답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가시적인 ‘취업 성공’을 위해서만 청년 지원 정책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고등교육을 선택한 북한이탈청년들의 입장을 반영한 지원이 제공되는지에 대해서도 짚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남북하나재단에서 펴낸 「탈북대학생 학교 적응력 향상 방안」 연구보고서에서는 탈북대학생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학교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 “대학교”임에도, 탈북대학생 멘토링 사업을 기획‧운영하는 대학은 전국 내 서울권 7개 대학에 한정돼있음을 지적하고 있다(‘16년 10월 기준). 각 대학 내 탈북대학생을 담당하는 전담 기구 마련이 미흡한데다, 다양한 기관의 지원이 아직 체계화돼 있지 않아 북한이탈청년의 학교생활의 적응과 심리적 안정, 진로 설계 지원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심리적 고통을 겪는 북한이탈청년들, “진로와 목표 설정의 공백을 채울 수 있었으면”
실제 정책 당사자인 북한이탈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바이트에서는 한국 정착 11년차인 대학생 P(남, 31세)와 5년차인 대학생 Y(여, 29세)를 만났다. P는 “처음 정착했을 때 사회 자체에서 탈북자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들로 인한 피해의식과 미래에 대한 의문으로 오랜 방황을 겪었다”며, “정보나 인맥과 같은 네트워크가 부족한 상황에서 겪는 심리적인 압박이 컸기에 경제적인 어려움 같은 문제들도 대처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Y 역시 “정착하는 과정에서 큰 인맥이 없어 와서 느끼는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심리적 고충이 적지 않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목표와 진로 설정에 있어 P는 “상대적으로 주어진 환경 자체가 달랐기에 목표 설정을 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Y 역시 “막연한 기대감으로 입시 끝에 대학 생활을 시작했지만, 장래에 대한 고민이 큰 것도 사실”이라 덧붙였다. 취업 문제에 대해서 Y는 “하나원 퇴소 이후 2주 정도 적응 교육기간이 존재하지만, 그 교육을 마치고 바로 취업하는 경우는 드물고 학원이나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장과 정책적 기대가 항상 부합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P는 “현재 제공되는 지원과 도움에 대해서도 선뜻 다가가지 못하며, 스스로를 (북한이탈청년임을) 노출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P는 “북한 출신이 갖는 생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물고기를 잡는 법’에 대한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Y는 “탈북민들의 진로와 목표설정에 있어 공백을 채울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목표와 지향점 설정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근본적 인식 개선과 함께 체감 가능한 현장 중심 지원이 필요해
북한이탈청년들이 향후 통일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미래를 설계해나갈 당사자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갖는 건설적인 진로 고민을 가로막는 애로사항을 해결할 대책이 마련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탈청년에게 갖는 근본적인 인식 전환과 함께 체감 가능한 현장 중심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 차원에서의 접근은 이화여대의 ‘북한이탈주민 학생 지원사업’이 돋보인다. 지난 2012년 이후로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이 지원 사업은 북한이탈주민 재학생 중 계절학기 수강생의 경우 면학장려금을 지원하며, 방학 중 영어특강 개최 및 상시 상담창구를 열어놓고 있다. 특히 이러한 지원정책이 정기적인 간담회를 통해 파악된 수요와 의견을 받아들여 실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및 정부 차원에서의 ‘사회통합형’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복기해볼 만한 지점이다.

진로 설계와 취업 차원에서는 북한이탈청년을 위해 남북하나재단에서 기획, 진행하고 있는 ‘2017 청년 취업아카데미’ 역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해당 사업은 진로 상담과 관심 기업 분석 등 체감할 수 있는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본인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직간접적인 체험과 현장 중심의 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경험 제공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사례이다.

북한이탈청년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근본적인 인식 전환 자체가 뒷받침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단순한 ‘수혜자’,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시선만으로 이루어지는 지원이 갖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7 청년 취업아카데미’ 초빙 강사를 맡고 있는 숙명여대 이재호 교수는 “우리 사회가 북한 출신 청년에 대해 갖는 고정관념이 있다”며, “직접 북한 출신 청년들을 만나보면 오히려 능력적인 차원에서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일부 북한 출신 청년들이 스스로 사회로부터 동떨어진 것처럼 느끼는 존재로 여기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며, “북한이탈청년들에게 모든 것을 알아서 준비하라는 식의 지원보다는 누군가 손을 이끌어주어 당당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본선 무대로의 경험을 갖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물고기를 주기보다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P의 이야기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어디에서 왔든지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편안한 마음이 들게 하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만드는 그런 정책을 기대한다.

홍의표 학생기자(성균관대 사회학4, heuypy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