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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에서 출발하는 세상의 변화 만들기

‘손 큰 남자’, 박수상 자소설닷컴 대표가 살아가는 방법

  • 2017-06-23 13:11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을 건네는 것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취업과 창업 사이에서의 망설이는 청년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모든 일을 두 손으로 ‘직접’ 잡아보고, 재미있는 일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취업 준비 원스톱 솔루션 ‘자소설닷컴’을 들고 나온 박수상 앵커리어 대표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바이트는 ‘청년 창업가’라는 말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앞으로 계속 이어질 창업에 대해서는 눈을 빛내는 박수상 대표와 만나보았다.



스물여섯 대학원생, ‘자소설’을 세상에 내밀다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하기 시작하면서 채용공고 확인하랴, 자소서 쓰랴 정신이 없었어요. 그런데 자조설닷컴을 알게 된 이후로 취업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정말 최적화된 사이트인 것 같아요!(웃음)." -1년 차 취업준비생

자소설닷컴, 가뜩이나 취업 준비로 몸살을 앓는 청년들에게 가뭄 속 달디 단 비와 같았다. 대개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채용공고 사이트, 입사지원 작성 사이트, 워드프로그램, 맞춤법 검사기 등 모니터에 여러 개의 창을 띄어 놓고 흩어진 정보를 구해야 한다. 시간이 금쪽 같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시간 낭비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자조설 닷컴은 이 모든 절차를 하나의 사이트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취업 준비 원스톱 솔루션'인 셈이다. 2014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취업준비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미 월 접속자 최대 20만 명, 회원 수 15만 명을 기록했다. 박수상 대표가 사이트를 개발하게 된 이유는 뭘까? 

"자소설닷컴을 개발할 당시에 저는 컴퓨터공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었어요. '불편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겠다'며 한창 개발에 심취해있었죠. 그땐 생활하면서 경험했던 비효율적인 것들을 아이디어 노트에 빼곡히 기록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다가 취업준비를 하는 친구들을 지켜보니 채용 공고 사이트, 워드 프로그램, 맞춤법 사이트를 화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열어놓고 있더라고요. 이거야 말로 가장 비효율적인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공동창업자인 친구가 기획을 했고, 그가 직접 웹 개발을 해 2주만에 자소설닷컴을 세상에 내놓았다. 물론 예전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오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소설’이라는 이름을 놓고 대필 서비스 등으로 의도를 곡해하는 일도 있어 사업을 설명하는 데에 어려움도 있었다고 한다. 학창 시절, 글을 곧잘 쓰던 박 대표의 모습을 기억하는 지인들은 아예 ‘자기소개서 첨삭 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줄로만 알았다고.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지금은 자소설닷컴을 둘러싼 오해가 있어도 유저들이 먼저 앞장서서 설명해주는 일도 많다고 한다. 


정치, 개발, 창업…‘재미있는 일 찾아 삼만 리’
‘유망한 IT 서비스의 창업자’,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만을 통해서는 사실 그가 원래 동물생명공학을 전공했다는 점을 짐작하기에 쉽지 않다. 프로그래밍 전공자도 아닌 대학원생이 창업에 선뜻 나선 점도 그렇다. 단번에 잇기 쉽지 않은 그물코를 꿰어 나가는 그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나에 꽂히면 누가 뭐라고 해도 하고야 마는 편이었어요. 재미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은 해봐야 한다는 생각도 많았고요. 초등학교 시절, 방과 후 수업에서 접한 프로그래밍에 푹 빠진 것도, 중고등학교 때에는 정치에 흥미가 생겨서 학생회장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뒤 대학교 다닐 때 과 학생회장을 맡고야 만 적도 있죠. 생명 공학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대학 전공을 선택했지만 웹 개발에 끌려 사업을 하는 것도 그렇고요. 그렇게 재미를 느끼고 조금 더 저와 맞는 일들과 마주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언뜻 보면 웹 개발도, 창업도 그의 말처럼 다소 즉흥적인 구석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아예 다른 인생을 걸어온 것처럼도 보이는, 재미있는 일을 찾는 여정의 원동력은 하나. ‘가장 하고 싶고 관심 있는 일을 한다는 것’에서 오는 즐거움이었다. 그렇지만 마냥 ‘하고 싶은 재미있는 일’만을 좇기에는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의 선택이 ‘취업’과 ‘창업’의 이분법으로 유난히 두드러지는 청년세대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도 몇 차례 서류 전형 낙방 경험이 있었지만, ‘취업 대신 창업이 낫다’라는 단순한 판단으로 결정한 진로는 아니었다.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기보다는, 또 하나의 새로운 선택지를 고른 셈이었다. 



“취업 아니면 창업, 둘 중 무엇이 더 낫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해요. 대신 ‘취업을 늦춘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흔히들 출근 하러 문을 나설 때 많이 힘들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창업하고 나서 사무실 문을 열 때마다 늘 새롭고 보람차다고 느껴요. 물론 자기가 즐겁고, 재미있고 보람차다고 느끼는 일을 찾는 과정이 그에 앞서 있어야겠죠.”

그에게 있어 웹 개발을 통한 서비스 제공은 사실 자소설닷컴이 처음은 아니다. 자소설닷컴에 앞서 개발한 서비스 중에는 오히려 더 인기를 끌던 것도 적지 않았다. 자신의 SNS에 ‘일베’ 관련 용어가 뜨는 것이 싫어 이를 걸러내기 위해 개발한 ‘일베용어사전’ 서비스가 큰 인기를 모은 적도 있고, 축산물 가격 정보 제공 서비스나 아마추어 홈 트레이닝 연결 서비스도 선보인 바 있다. QR 코드를 이용한 출석 체크 서비스나 PC를 통해 카카오톡 내용을 연동하는 서비스와 같이 지금은 보편화된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취업을 늦춘 채, 시범 운영한 자소설닷컴도 이와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에게 있어 재미있고 잘 맞는 일이 더 큰 보람과 즐거움으로 이어지게 된 사례라는 점이 조금 더 도드라진다고 할까. 

‘멋쟁이 사자처럼’ 세상에 변화를 주고파
여러 차례에 걸친 개발 경험에서 드러나듯 그 스스로 재미있고 잘 맞는다고 느낀 일은 단연 웹 개발, 프로그래밍 분야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방과 후 수업에서 프로그래밍을 접한 이후 전국 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한 경험도 있다. 그랬던 그가 만나게 된 서울대학교 프로그래밍 동아리 ‘멋쟁이 사자처럼’(이하 ‘멋사’)은 다른 무엇보다 의미가 남달랐다.

“직접 손에 잡히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프로그래밍이나 웹 개발 분야는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해왔어요. 제게 있어 ‘멋사’라는 동아리 활동이 단순한 동아리 그 이상의 존재이자 인생의 전환점이 된 이유도 비슷하죠. ‘멋사’에서는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가르치고 또 도와줘요. 페이스북이 지금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것처럼, IT 서비스 하나가 세상의 변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느꼈어요.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저의 작은 움직임이 세상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생각과도 이어졌고요.”

대략 열 개 정도의 서비스를 개발했던 경험을 가진 그가 자소설닷컴 운영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것도, 프로젝트 삼아 만든 자소설닷컴을 정식으로 서비스하게 된 맥락도 비슷하다. 자신이 만든 서비스를 통해 취업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을 때마다, 이용자들로부터 감사 메일을 받을 때마다 느낀 보람이 재미있는 일을 찾아 걸어온 그의 발걸음에 한층 힘을 불어넣어 준 것일지도 모른다. 일상의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불편을 잡아내 기술로 이를 해결하는 일. 그로 인해 조금씩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이 다른 누군가의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오직 나만이 그릴 수 있는, ‘나만의 과녁’ 겨누기
하고 싶은 것을 하다보면, 더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그 역시 정치라는 선택지를 지우고, 개발이라는 선택지를 선택했다가 창업이라는 선택지를 잡게 된 것이라 말한다. 자소설닷컴도 사업적으로 반드시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확신을 지닌 채 시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대신 그는 또 하나의 선택지를 넌지시 내놓았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해야 하는 일’을 하기로 결정했더라도,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수많은 결정과 고민의 과정은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일들이라고 봐요. 그러려면 우선 자기 마음속에서 하는 말을 좀 더 듣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한번은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제가 손이 큰 이유가 있더라고요. 이 두 손으로 다 잡아봐야 하거든요(웃음). 두 손으로 이것저것 직접 잡아보면서, 정말 내게 와 닿는 일이 있다면 보다 잘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뛰어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만의 과녁을 그리고, 그 과녁을 겨냥하듯이 말이죠.”

말을 끝맺기 무섭게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그가 덧붙였다. 자신의 이야기를 포함한 다른 주변의 많은 이야기가 반드시 정답은 아니라고, 직접 자신의 손으로 해봐야지만 알 수 있는 일들이 있기에 지레 짐작으로 손에서 놓아버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친구와 동업하지 말라’는 주변의 말을 들었다면 10년 지기, 20년 지기와 함께 일하는 자신은 진작 회사 문을 닫았겠냐는 농담을 건네면서 말이다.

아마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이 겨냥하는 과녁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각자 무엇을 얼마나 해낼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치도, 능력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소설로 변해버린 자기소개서, ‘자소설’에 담긴 자조의 방향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같은 과녁이 아닌, 자신만이 그릴 수 있는 과녁을 그리는 것으로 말이다. 사용자에 꼭 맞는 서비스 제공을 통해, 모두가 자신의 자소설로 자기가 원하는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박수상 대표. 그가 걷고자 하는 길이 궁금해졌다.

“제 주위의 풍경이 빠르게 바뀐다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아마 다음 풍경도 창업이었으면 좋겠어요. 제 목표는 평생 창업을 하는 것이고, 다음에도 아마 새로운 창업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특별히 하나에 고정된 아이템이 아니라, 매력적인 아이템을 통해서 계속 사업에 도전하는 것이 제가 걸어가고 싶은 길이겠죠.”

홍의표 학생기자(성균관대학교 사회학4, heuypyo@naver.com)